Chronicle of Mr.Lim, 2020








임 씨는 1940년에 태어났다. 그는 1969년에 결혼했으며, 딸과 아들을 낳았다.
그는 1997년 경기도 마석에 별장을 지었다. 2020년 초, 그 공간은 국가 도로 건설에 따른
철거 고지를 받았다. 그는 나의 외할아버지이다. 그의 별장은 2020년 8월 8일 완전히 사라졌다.

필수적인 삶을 위한 집과는 달리, 오롯이 사적인 취향과 욕망의 수집을 위한 공간인 별장은 그에게 이상이었다. 
그는 마석에서 이상을 실현했다. 그러나 그의 별장은 차마 세월을 피하지 못하고 변패되어 제 기능을 하진 못했다.

사라진다는 것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당연한 이치이다. 그 순리에도 불구하고 사라진 것에 대한 추억, 연민 등의 
복합적인 감정으로 인해 대상은 마음 속을 떠나지 않는다. 별장이 철거될 것이라는 소식에 나 또한 이 관습적인 감정을 마주했다. 
나는 그 공간이 홀연히 사라지게 내버려두고 싶지 않아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사라질 것에 대한 연민’에서 시작한 감정은 
다음의 질문으로 연결되었다. 진정 사라지는 것은 무엇인지, 왜 사라지는지. 나는 ‘임 씨의 별장’을 기록하고 
그것의 비물질적 역사를 고찰함으로써 확장된 질문들을 탐구하고자 했다.

‘임 씨’의 취향에 따라 선택된 별장의 사물들은 곧 내게 그의 욕망의 파편으로 비쳐졌다. 
따라서 나는 역으로 별장의 공간과 대상들의 이미지들을 통해 구체화된 개인 - 
더 나아가 이상을 향한 ‘임 씨의 욕망’이 존재했었다는 것을 드러내고자 했다.

그렇다면 대상에서 비춰진 욕망은 어디서 기인했는가. 개인보다 공동체를 강조하며 경제를 발전시켰던 80년대. 
그리고 축적된 부가 소비되던 90년대는 사사로운 욕망을 보류했던 이들의 이상이 실현되던 시기다. 
이런 전반적인 분위기 속에서 별장은, 당시 사회가 제시한 ‘풍족한 삶’의 전형이었다. 
나는 보편의 욕망에 기반한 개인의 욕망이 ‘임 씨의 별장’으로 표출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런 ‘임 씨의 욕망’은 현실의 삶을 살며 점차 흐려지고, 끝에 가서는 사회의 욕망에 의해 사라지게 된다. 
즉, 사적 내러티브인 ‘임 씨 연대기’는 그저 한 사람의 신파로 읽힐 수도 있지만, 
거시적으로 바라봤을 때 ‘임 씨’는 그 시대를 관통한 인물의 표상으로 작동한다.

나는 사진 속 대상들이 가진 시간성에서 대상에 내재된 욕망이 퇴색되었음을 느꼈다. 
이는 그 시대가 바랐던 욕망의 과거형을 마주하는 일이었다. 두 세대 앞선 외할아버지의 삶을 추적하면서, 
‘무엇이 있었고, 왜 사라지는가’를 알아보고자 했던 나는 섣불리 답을 내리지 않는다. 
다만 질문은 다르게 바뀌어 작업의 주체인 내게 던져진다. 내가 가진 욕망은 무엇인지, 그것도 과연 사라질 것인지.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개인적 욕망의 실현이 여전히 어려운 현재, 내 안에서 계속 파생되는 질문들을 위해 이 이야기를 기록해두고자 한다.